신앙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 주기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부조리한 세상을 볼 때마다 다시 고개를 드는 질문이죠. '하나님은 세상의 악을 왜 가만히 두실까?' 이에 대한 잘잘법 김기석 주강사의 소견을 살펴보겠습니다.
세상의 악을 침묵하시는 하나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신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더불어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에 관한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이런 신앙적 회의가 생기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때문입니다. 바로 '세상이 왜 이 모양인가,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하나님이 주신 마음입니다. 전쟁과 기근 앞에서 침묵하고 계신 것 같은 하나님께 우리는 질문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개입하지 않으세요?" 그렇다면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하나님에 대한 이해 1: 슈퍼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님을 엄격한 심판자로 인식합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바라보고 있는 존재로 말이죠. 이것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슈퍼에고로서의 존재를 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하나님이 다 보고 계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선 하나님은 불편한 존재입니다. 항상 사람을 보고 계시니까요. 이런 하나님의 시선은 우리의 삶을 절제하게 하는 유익함도 있지만 이런 하나님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이해 2: 기계장치
두 번째로 인간이 하나님을 이해하는 방식은 '기계장치'로서의 신'입니다. 이것은 라틴어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고 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이런 것입니다. 연극무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선한 주인공이 궁지에 몰렸을 때 신이 튀어나와서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죠? 이렇게 악인을 징계하고 선한 사람을 승리하게 하는 것이 '기계장치로서의 하나님'입니다. 역사의 무대에서도 하나님이 이렇게 나타나서 정리를 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역사를 이끌어 가지 않으셨습니다. 역사 어느 곳을 되짚어 봐도 그렇게 일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런 하나님의 속성을 '하나님의 손'으로 설명합니다. '하나님의 오른손'은 직접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보폭으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오른손으로 역사를 끌고 가십니다. 보이지 않아도 직접 개입하시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왼손'도 있습니다. 이는 세상의 권력기관 같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한편으론 인간이 바로 하나님의 왼팔인 셈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것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따라 만드신 이유입니다.
잘잘법 김기석 목사의 소견
하나님은 사람을 종으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이 형상'대로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이미지에 따라 만드셨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유'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자유를 가지고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할 수도 있고 하나님을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악한 일을 선택할 수도 있고 선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자유가 없다면 사랑이라는 걸 할 수나 있을까요? 자유가 없는데 미워할 수 있을까요?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사람에게 이런 자유를 주신 건 하나님의 모험이기도 합니다. 또한 피조물이 갖게 되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선물로 주셨고 사람은 이에 따라 선과 악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이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합니다. 이게 바로 하나님의 가없는 사랑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어긋난 길로 간다고 '야 그만해!'하지 않으십니다. 도리어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존엄함입니다. 이런 존엄함을 지켜가는 삶이 아름다운 삶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삶은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신앙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잘법 ep 119의 내용 일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는 이런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김기석 목사의 의견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믿고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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